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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 & 리스 크랄 개인전 - 서울 백아트

by day데이 2025. 4. 26.

 

결이 같은 추억여행

서울 화동의 백아트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김미경 작가와 리스 크랄 작가의 개인전은 ‘시간’이라는 보편적이면서도 깊은 주제를 각자의 시선으로 풀어낸 전시입니다. 두 여성 작가는 과거의 기억과 감각, 그리고 사라져가는 흔적들을 예술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되살려냅니다. 이 전시는 단순한 작품 감상이 아닌, 관람객으로 하여금 잊고 지냈던 ‘나의 시간’을 떠올리게 하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합니다.

김미경 작가 – 기억의 층을 쌓아올리다

1층에서 진행 중인 김미경 작가의 전시 제목은 ‘Grain of Time’입니다. 작가는 도자와 회화가 융합된 독특한 작업 방식을 통해 시간의 흐름 속에 축적된 기억들을 시각화합니다. 김미경 작가에게 있어 캔버스는 단순한 작업의 공간이 아니라, 과거를 붙잡고 되새기는 상징적 공간입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끝나지 않는 노래 I-24(Unfinished song I-24)’는 특히 작가의 개인적인 서사가 강하게 드러나는 작품입니다. 작가는 미국 유학 시절을 돌아보며, 자신을 묵묵히 뒷바라지한 어머니를 기억의 중심에 놓았습니다. 작품 속에는 가족 구성원을 상징하는 숫자 1, 2, 3과 함께, 인간의 근본을 이루는 원소인 C, H, N, O가 상감기법으로 새겨져 있습니다. 이는 작가의 삶에서 중요한 존재였던 어머니를 기리는 동시에,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한 사유를 담고 있습니다.

김미경 작가의 작업은 반복과 축적을 통해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며, 동시에 그 속에 존재하는 인간의 흔적을 섬세하게 새겨 넣습니다. 백아트 관계자는 “작가에게 있어 작업은 단순한 표현이 아니라 시간 속에서 인간 존재를 기록하려는 시도”라고 전했습니다.

김미경, 윤동주의 하늘(55-61), 2022, 린넨에 혼합매체, 크기 가변

리스 크랄 작가 – 감각 속에 스민 시간

2층에서는 네덜란드 출신의 리스 크랄 작가의 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1980년대부터 미국에서 활동을 이어온 크랄은 모노크롬 회화로 국제적인 명성을 쌓은 작가입니다. 그녀의 작품은 단조로운 색채 속에서도 빛과 시선의 각도에 따라 미묘하게 변하는 표면 질감을 특징으로 합니다.

리스 크랄 작가는 본질을 향해 나아가는 수행적 회화를 지향하면서, 그 안에 자신만의 추억을 조용히 덧입힙니다. 대표작 ‘04-5’는 인도 여행 중 수집한 티카 파우더를 안료에 섞어 완성한 작품입니다. 티카는 인도 여성들이 미간에 바르는 상징적인 색으로, 작가는 이 재료를 통해 여행에서 느꼈던 감각을 시각적으로 환기합니다.

또 다른 작품 ‘01-17’은 네팔에서 수집한 청색 파우더로 제작된 연작 중 하나입니다. 이 작품은 사용된 파우더가 더 이상 구할 수 없는 재료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해당 연작의 마지막 작품이 되었습니다. 즉, 이 작품은 단순한 이미지가 아닌, 하나의 시간의 끝자락을 담은 기록이기도 합니다.

백아트 관계자는 “리스 크랄의 작업은 여행지에서 마주한 인상과 일상에서 축적된 감각이 자연스럽게 스며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합니다. 작가의 회화는 말없이 시간의 잔향을 머금고 있으며, 관람객은 그 여운 속에서 저마다의 기억을 불러오게 됩니다.

Lies Kraal, 24-3, 2024, 하드보드 패널에 아크릴 및 광택 남동석, 43.2x43.2cm

예술, 기억을 머무르게 하는 방법

김미경과 리스 크랄, 두 작가의 전시는 전혀 다른 매체와 표현 방식을 사용하지만, 공통적으로 ‘기억’이라는 본질적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김미경 작가는 시간의 층을 차곡차곡 쌓으며 삶의 기억을 회화 위에 새기고, 리스 크랄 작가는 감각적 재료를 통해 지나간 시간을 물성으로 끌어냅니다.

‘시간은 되돌릴 수 없지만, 예술을 통해 우리는 그 조각들을 붙잡고 바라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이번 전시는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전하고 있습니다. 전시는 오는 5월 17일까지 계속되며, 기억을 되새기고 싶은 이들에게 따뜻한 공간이 되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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