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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리 피트먼 '거울 & 은유' 展 - 광양 전남도립미술관

by day데이 2025. 4. 20.

알(eggs)이라는 시각적 상징을 통해 읽는 현대 회화의 깊이

전남도립미술관, 세계적 현대미술 작가 **래리 피트먼(Lari Pittman)**의 국내 첫 대규모 개인전 《거울 & 은유(Mirrors and Metaphors)》를 선보이며 관람객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회화, 드로잉, 판화 등 40여 년간 이어진 피트먼의 예술적 여정을 조망하는 자리로, 화려한 색채와 복잡한 상징이 겹겹이 얽힌 시각언어를 통해 현대사회의 정체성, 젠더, 권력 구조를 고찰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주목할 만한 요소는 작가가 지속적으로 반복해온 시각적 모티브인 **‘알(eggs)’**입니다. 이 글에서는 피트먼의 예술 세계 속 알의 의미에 집중하여, 그 상징성과 미학적 역할을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Sparkling City With Egg Monuments #3, 2023, Acrylic and lacquer spray on gessoed canvas over wood panel, 243.8 x 203.2cm

알(Eggs), 생명의 상징이자 정체성의 은유

피트먼의 작품에서 알은 단순한 자연의 형태가 아닙니다. 그는 이 이미지를 통해 탄생과 파괴, 가능성과 위협, 정체성과 불확실성을 동시에 상징하는 복합적 의미를 전달합니다.

작품 속 알은 때로는 태동 중인 존재를, 때로는 금이 간 껍질로 분열된 정체성을 나타내며, 관람객에게 인간 존재와 사회 제도의 본질을 성찰하도록 유도합니다.

 

1. 탄생과 잠재성의 기호로서의 알

알은 오랜 시간 동안 생명과 시작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피트먼은 이 상징성을 차용하여, 그의 캔버스에 생명의 흐름과 잠재적인 변화의 에너지를 불어넣습니다.

그의 알은 정적인 이미지에 머물지 않습니다. 화면 안에서 깨지고 분열되며 때론 다시 재구성되는 모습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인간의 삶과 연결됩니다.

이러한 시각적 연출은 관람객에게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만듭니다.

 

2. 젠더와 정체성의 은유

알은 피트먼이 주로 다루는 퀴어 정체성과 깊이 맞닿아 있습니다. 생물학적으로도 알은 성별이 고정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존재하므로, 그는 이를 유동적인 젠더의 상징으로 활용합니다.

불완전하고 깨지기 쉬운 알의 이미지는, 사회적으로 규정된 정체성의 경계에 서 있는 이들의 불안정한 위치와 존재 조건을 시각적으로 구현합니다.

피트먼은 이러한 알의 속성을 통해, 성적 다양성과 사회적 소수성에 대한 시선을 회화라는 장르 안에서 날카롭게 드러냅니다.

 

3. 장식성과 반복을 통한 상징 강화

피트먼의 작업에서 알은 단순한 오브제를 넘어 장식적 요소로 반복되며 화면을 채웁니다. 어떤 작품에서는 알이 패턴처럼 배치되고, 다른 작품에서는 은근히 숨어 있어 관람객의 시선을 유도합니다.

그는 알을 다양한 크기와 색상으로 변주하며, 화면 속에 리듬감을 부여하고, 동시에 이 반복 속에서 상징의 강도를 높이는 전략을 사용합니다.

이처럼 피트먼은 ‘알’을 통해 회화의 형식과 주제, 시선과 의미를 넘나드는 시각 언어의 확장을 이끌어냅니다.

《거울 & 은유》 展에서 알이 말하는 것들

이번 전남도립미술관 전시에서는 알이라는 이미지가 작가의 대표 시리즈별로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되고 있습니다.

  • Orangerie 시리즈에서는 비정형적 알 형태가 등장하며, 자기 정체성에 대한 은유적 탐색을 보여줍니다.
  • Flying Carpet 연작에서는 알이 깨지며 사회적 제도와 권력의 구조가 붕괴되는 순간을 시각화합니다.
  • 최근작에서는 알이 거울처럼 반복되는 시각적 장치로, 관람객의 시선을 작품 속으로 끌어들이고, 그 안에서 자신을 비추게 만듭니다.

작가는 알이라는 형상을 통해 끊임없는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이 본 것은 단지 표면인가요, 아니면 그 너머의 구조인가요?”

관람객을 비추는 거울로서의 알

전시 제목인 ‘거울 & 은유’처럼, 래리 피트먼은 알이라는 이미지를 관람객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로 삼고 있습니다.

그는 화려한 장식성과 서사적 구조 속에 알을 배치함으로써, 감상자의 시선을 단순한 미적 경험이 아닌 정체성과 사회적 위치에 대한 반성의 계기로 전환시키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알은 단지 생명체의 시작이 아니라, 새로운 질문과 사유의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마무리하며: 알을 따라 읽는 피트먼의 회화 세계

전남도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래리 피트먼 《거울 & 은유》 전시는,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수준의 현대미술 전시이자, 회화의 경계를 확장하는 실험적 전시입니다.

특히 알이라는 시각적 모티브는 그 자체로 정체성, 젠더, 삶과 죽음, 질서와 혼돈이라는 철학적 화두를 품고 있으며, 관람객에게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그의 알은 탄생의 은유이자, 해체의 시작이며, 나아가 우리가 누구인지 묻는 시각적 언어입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 여러분께서도 자신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로서의 회화를 경험하시길 바랍니다.

 

전남도립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artmuseum.jeonnam.go.kr:4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