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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된 명화들 - 서울 갤러리 헤세드

by day데이 2025. 4. 24.

동서양이 기록해 온 시각 언어의 차이

 

동양과 서양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기록하고, 그 이야기를 그림으로 남겨왔습니다. 초기에는 단순한 선과 기호로 시작된 시각 언어는, 시간이 지날수록 정교하고 복잡한 형태로 발전했습니다. 색이 더해지고, 표현 방식이 진화하면서 인류는 수많은 찬란한 ‘그림의 시대’를 열게 되었고, 우리는 그중에서도 '시대를 넘어 사랑받는 작품들을 ‘명화(名畫)'라고 부릅니다.

명화, 손끝에서 태어난 예술의 결정체

사진이나 영상 기술이 등장하기 전, 명화는 인간의 오롯한 손길로 완성된 시각 예술의 결정체였습니다. 서양에서는 유화가 그러한 표현의 정점을 이끌었고, 동양에서는 **비단 위에 보석 가루로 색을 낸 ‘진채화(眞彩畵)’**가 가장 섬세하고 고귀한 회화로 평가받았습니다.

진채화는 누에고치에서 얻은 비단에 보석을 갈아 만든 안료를 사용하는 만큼, 제작 과정의 정성도, 시각적 아름다움도 최고 수준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전통적인 기법을 고수하고 있어, 현대 회화의 빠른 변화에 비해 진채는 상대적으로 ‘정체되어 있다’는 평가도 존재합니다.

 

조바위를 쓴 정경부인 김정옥 w360 < h 500 mm, 비단에 진채. 2025 ... 원작: Hans Holbein의 (The lady with a squirrel and a starling)

‘번역’이라는 새로운 접근 – 동양의 재료로 바라본 서양 명화

《번역된 명화들》 전시는 단순히 서양 명화를 모사한 것이 아닙니다. 서양의 고전 명화들을 동양화 재료로 다시 ‘번역’하는 철학적, 인문학적 접근을 시도합니다. 특히 진채라는 고유한 동양 회화 기법을 통해, 전통 재료가 현재에도 유효한 표현 언어가 될 수 있는지를 실험합니다.

예를 들어, 렘브란트의 명암 대비 기법이나 고흐의 감정적인 붓질이 진채의 섬세한 채색과 만나 전혀 다른 감각을 자아내며,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해냅니다.

이러한 시도는 단순히 ‘명화 따라 그리기’를 넘어, 우리 시대의 이야기와 미감을 전통 재료로 어떻게 담아낼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계기가 됩니다. 또한, 새로운 진채 기법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실험장이자, 전통 예술의 현대화를 위한 의미 있는 발걸음으로 평가됩니다.

함께 보는 예술, 함께 나누는 감동

이 전시는 시대와 지역을 초월한 예술적 해석의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인간이 축적해 온 예술적 성취를 진채라는 독특한 동양의 언어로 새롭게 조명하면서, 관람객에게 예술을 새롭게 바라보는 시각을 선물합니다.

전통을 현대적으로 번역하는 이 실험적인 전시는, 예술에 대한 호기심과 고민이 있는 이들에게 깊은 영감을 줄 것입니다.
서울 인사동에서 만나는 이 특별한 예술 경험, 놓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