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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민화전 - 서울 아모레퍼시픽미술관

by day데이 2025. 4. 16.

책가도에 담긴 조선의 지혜와 염원

서울 용산에 위치한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열리는 조선 민화전이 관람객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번 전시는 조선 후기 민중의 삶과 정서를 고스란히 담은 민화들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기회로, 그중에서도 책가도가 단연 눈에 띈다. 단순한 정물화를 넘어 조선의 지혜, 학문에 대한 존중, 그리고 이상적인 삶의 가치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책가도는 이번 전시의 핵심 테마 중 하나로 소개되고 있다.

책가도란 무엇인가?

책가도(冊架圖)는 조선 후기부터 그려진 민화의 한 종류로, 책장을 모티브로 다양한 책과 문방사우, 장식품을 함께 배치해 표현한 그림이다. 책가도는 단순히 책을 좋아하는 취미나 장식을 위한 그림이 아니다. 지식과 학문을 중시하는 조선 사회의 철학, 출세와 번영을 기원하는 염원, 도덕적 삶을 추구하는 유교적 세계관이 고스란히 담긴 깊이 있는 상징화이다.

책가도가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시기는 18세기 후반, 정조(正祖) 시대다. 실학과 문치주의가 강조되던 이 시기, 정조는 학문을 장려하고 지식인 계층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문화적 수단으로 책가도를 적극 활용했다. 실제로 궁궐 내부의 벽면 장식으로 사용된 사례도 있으며, 이후에는 양반가뿐만 아니라 일반 서민 가정에도 널리 퍼지며 민화로 자리 잡게 되었다.

책가도의 미학을 조명하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조선 민화전에서는 책가도의 다양한 형태와 시대적 변화,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상징들을 집중 조명한다. 관람객들은 책가도의 구성 요소 하나하나가 가진 의미를 발견하며, 당시 사람들의 정신세계와 가치관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다.

책가도 속에는 단순히 책만 그려진 것이 아니다. 도자기, 향로, 붓과 벼루, 산수화 병풍, 꽃과 과일, 문진 등의 다양한 사물들이 등장하며, 이 모두가 각자의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예를 들어 향로는 정결한 마음과 도덕성을, 꽃은 번영과 생명의 아름다움을, 벼루와 붓은 끝없는 학습과 지혜를 상징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책가도를 구성하는 이러한 개별 요소들을 확대해 보여주거나, 실제 책장처럼 구성된 공간 전시를 통해 관람객의 몰입감을 높이는 방식으로 연출되었다. 책가도 한 점 한 점이 단지 정물화가 아닌, 지식과 이상을 향한 ‘비주얼 기도문’처럼 느껴지게 한다는 것이 전시의 핵심 의도다.

책가도, 조선의 이상향을 그리다

책가도는 당시 지식인뿐 아니라 일반 백성들에게도 출세와 자녀의 성공을 기원하는 상징물이었다. 교육을 받지 못한 이들도 책가도를 통해 학문에 대한 존중과 열망을 표현했다. 실제 책장을 들여놓을 수 없던 이들은 벽에 책가도를 걸어 마치 지식이 가득한 공간에 살고 있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림 속 책들은 대부분 정면 또는 사선에서 바라본 입체적인 구도로 표현되며, 때로는 서양의 원근법과 유사한 시각적 기법이 사용되기도 한다. 이는 조선 후기에 들어오며 교류된 외래 문화의 영향이기도 하며, 책가도가 가진 독창성과 개방성을 보여주는 단서이기도 하다.

 

민화 책가도의 한부분

책가도에서 조선의 영혼을 읽다

책가도는 조선의 지성과 감성이 응축된 시각 예술의 결정체이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의 조선 민화전을 통해 우리는 그동안 단순한 민속화로만 여겨졌던 책가도의 진면목을 새롭게 인식하게 된다. 이 그림 하나에 담긴 수많은 이야기들, 수백 년 전 사람들의 생각과 염원이 오늘날 우리의 가슴에 조용히 울려 퍼진다.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이번 전시는 한국 미술의 깊이와 민화의 진정한 매력을 이해하는 데 큰 의미를 가지며, 특히 책가도의 의미와 아름다움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더없이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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